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삶 - 안도현

by 최다원 2025. 5. 13.

삶 - 안도현

 

 

 

게는 이 세상이 질척질척해서

진흙 뻘에 산다

진흙 뻘이 늘 부드러워서

게는 등껍질이 딱딱하다

그게 붉은 투구처럼 보이는 것은

이 세상이 바로 싸움터이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설 줄 모르고

게가 납작하게 엎드린 것은

살아 남고 싶다는 뜻이다

 

끝끝내

그래도 붙잡히면?

까짓것, 집게발 하나쯤 몸에서 떼어주고 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새살이 상처 위에

자신도 모르게 몽개몽개 돋아날 테니까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의 밥 - 오봉옥  (0) 2025.05.13
밥 - 이무원  (0) 2025.05.13
5월 - 차창룡  (0) 2025.05.13
별과 나 사이의 거리 - 한효정  (0) 2025.05.12
어린 벗에게 - 나태주  (0) 2025.05.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