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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사람의 밥이 되어 - 허홍구

by 최다원 2025. 6. 3.

사람의 밥이 되어 - 허홍구

 

 

 

오늘 왔다가 오늘 가는

하루살이의 생명도 위대하게 왔으리

길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나무 이파리도

신비롭게 왔다가 가느니

 

내 작은 한 톨의 쌀로 몸 받아 올 때

하늘과 땅이 있어야 했고

밤낮이 있어야 했고

해와 달 비바람이 있어야 했다

 

농부의 얼굴을 뙤약볕에 그을리게 했고

애간장을 녹이게 했고

손마디가 굵어지도록 일하게 하고

땀 흘리게 했다

 

이제 사람의 밥이 되어 나를 바치오니

작은 이 몸이 어떻게 온 것인지를 일깨워

부디 함부로 하지말게 하소서 

부디 함부로 하지말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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