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밥이 되어 - 허홍구
오늘 왔다가 오늘 가는
하루살이의 생명도 위대하게 왔으리
길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나무 이파리도
신비롭게 왔다가 가느니
내 작은 한 톨의 쌀로 몸 받아 올 때
하늘과 땅이 있어야 했고
밤낮이 있어야 했고
해와 달 비바람이 있어야 했다
농부의 얼굴을 뙤약볕에 그을리게 했고
애간장을 녹이게 했고
손마디가 굵어지도록 일하게 하고
땀 흘리게 했다
이제 사람의 밥이 되어 나를 바치오니
작은 이 몸이 어떻게 온 것인지를 일깨워
부디 함부로 하지말게 하소서
부디 함부로 하지말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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