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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이력서 - 오은

by 최다원 2025. 9. 9.

이력서 - 오은

 

 

 

밥을 먹고 쓰는것.

밥을 먹기 위해 쓰는것.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

 

나는 잘났고

나는 둥글둥글하고

나는 예의 바르다는 사실을

최대한 은밀하게 말해야 한다. 오늘밤에는, 그리고

 

오늘밤에도

내 자랑을 겸손하게 해야 한다.

혼자 추는 왈츠처럼, 시끄러운 팬터마임처럼

 

달콤한 혀로 속삭이듯

포장술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

 

다음 버전이 언제 업데이트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 쓰고 나면 어김없이 허기,

아무리 먹오도 허깨비처럼 가벼워지는데

 

몇 줄의 거짓말처럼

내일 아침 문서가 열린다.

 

문서상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2013.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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