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먼 곳에 두고 왔어도 사랑이다.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제 혼자서 부르며 왔던 그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를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외로운 열망의 마음이 또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에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쪽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이 세상을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과도 같은 한순간이여.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 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휩쓸려,
손가락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긴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엔 듯 실려오는 향취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다.
제 몸이 꿰어 있어서, 갈 수 없어도 사랑이다.
魂인들 그쪽으로 향하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등 너머에 있어도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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