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 시인의 '나의 시 이렇게 쓴다' - 속의 말 받아쓰기
1.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받아 적는 것
시도 사랑처럼 우연히 찾아올 때 가장 행복하다.
우연히 오는 시는 힘들지 않고 의도적이지 않으므로 내 속의 말을 받아
적기만 하면 된다. 우연히 오는 시라고 해서 마냥 우연만이겠는가? 여
기서 우연이란 인공적이지 않다는 표현에 더 가깝다. 어떤 촉발된 생각
에 우연히 맞닥뜨려 오는 이미지나 문장들을 받아 적을 때 행복하다.
자동기술이란 말이 있듯이 내 속의 말을 내가 쓰지않고 그냥 받아 적는
것,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2. 죽도록 외로워라
그러나 말이 쉽지 이렇게 쉽게 쓰이는 행복한 경우는 드물다
우선 외로워야 한다. 외로움의 경지는 성서와 백석이 먼저 말한 바, "
외롭고 높고 쓸쓸함"의 자리이다. 결핍이 외로움을 낳는지, 외로움이
결핍이 되는지 그 둘의 길항 역시 시를 쓰는 동인이 된다. 그래서 자
꾸 주변을 기웃거려야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떤 소통에는 도움이
되나 작업은 철저히 자기 혼자의 일,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다.
3. 현장성의 중요성
내 속에 있는 것들로 어떤 한계에 봉착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질경우, 신
선한 자극을 위해 밖을 떠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잘 놀아도 좋고 취
해도 좋지만 심각하지 말며 의도하지도 말며 다만 시적 반경을 벗어나지
는 말아야 한다.
4. 시에 대한 깨달음이 삶에 대한 깨달음으로
하나의 작품을 써 놓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전보다 추가된 항목이 있다면
이 시에 발견이 있는가 깨달음이 있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시를 쓰는 일,
시를 쓰는 삶이 그렇지 못한 삶보다 나은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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