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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5210

고니의 詩作 고니의 詩作 안도현 고니 떼가 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그 꽁무니에 물결이 여럿 올올이 고니 떼를 따라가고 있다 가만, 물결이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니다 강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수면의 검은 화선지 위에 고니 떼가 붓으로 뭔가를 쓰고 있는 것, 붓을 들어 뭔가를 쓰고 있지만 웬일.. 2010. 3. 26.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 2010. 3. 26.
구름이 울 때 구름이 울 때 김충규 지상에서 길 잃고 허둥거리는 사람을 구름은 낚아 올려 제 속에서 절인다 소금물에 배추가 절여지는 듯이 구름 속에서 사람은 흠씬 절여진다 그의 몸속에 절여진 상태로 웅크리고 있는, 그가 끌고 다녔던 무수한 길들이 밖으로 나와 빗줄기처럼 지상으로 쏟아진다 상한 만년필에.. 2010. 3. 25.
그리우면 가리라 /이정하 그리우면 울었다. 지나는 바람을 잡고 나는 눈물을 쏟았다. 그 흔한 약속 하나 챙기지 못한 나는 날마다 두리번거렸다. 그대와 닮은 뒷모습 하나만 눈에 띄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개처럼 밤새 헤매어도 그대 주변엔 얼씬도 못했다. 냄새만 킁킁거리다가 우두커니 그림자만 쫒다가 새벽녘 신.. 2010.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