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Won 시 2407 선운사에서//최다원 선운사에서 바알갛게 흐드러졌던 동백꽃을 보낸 자리에애절한 상사화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호소하고선운사 경내는 어두움이 포근히 내려온다..잿빛 가사 위로 붉은 장삼 자락을 드리우고목탁을 손에든 스님들이 흰 고무신을 가지런히 벗어놓고각각 법당으로 들어서서 경건하게 목례 올렸다두무릎을 꿇어 겸손한 자세로 머리를 조아린 후목젖을 타고 반야심경 천수경이 구성지게 흐르며이따금 머리 숙여 경배했다 외롭게 서 있던 석등들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고침묵하던 산들마저 모습을 숨긴 후법고를 준비하는 익숙한 스님 뒤에숙련된 리듬으로 울어대는 법고 소리는 이젠 쉬라는 소리이고손을 놓으라는 시각이며모든 만물을 잠재우려는 알림이라 했다 고요한 경내 수다스럽던 산새들도 숨을 죽이고선운사 노스님의 잿빛 가사가에너지를 모아 범종을 타종하니.. 2024. 5. 12. 거미 거미 붓을 들고 공부하던 회원들이 모두 돌아간 화실어디선가 손가락 마디만한 거미 한마리가 화실 바닥을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경계를 하는걸까잠시 멈추었다 다시간다 얼른 거미를 손가락으로 집어 화단에 놓아주려 하니 순간 두려움에 거미는 죽은 채 하며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거미야 걱정말거라 햇볕도 있고 이슬도 있고 소슬바람도 있는 화단에 너를 보내 주어 더욱 아름다운 삶을 누리게 하련다조금 후 화단을 다시보니 거미는 긴장을 풀고 어디론가 이미 사라졌다 안전한 곳에 이르러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텅빈 화단에 시선을 고정한 안도의 눈길을 거두며 거미야 어디서든 잘 살아가거라 그의 안녕을 기원해 주었다 2024. 4. 24. 어딜 줄일까 어딜줄이나 행서를 쓰다 무심코 거울을 보니눈 한 쪽이 버얼겋게 충혈되어 안과를 찾았다현미경으로 세밀히 관찰한 의사선생님은피곤하여 혈관이 터졌다고 한다일단은 큰병이 아니니 감사의 기도를 입속으로 되네이고는"어떻게 줄여 어딜 줄여 그저 즐겁고 행복한 걸" 화실에 도착하여 쓰다만 행서를 마저 썻다 2024. 4. 24. 칠십년의 침묵 말을 배우는 데는 3년이면 족하고 침묵을 배우는 데는 70년이 걸린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머릿속 사랑이 가슴까지 오는데도 70년이 걸렸다고 했다 침묵을 배우고 사랑이 가슴에 가득담기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살만한 세상 그 곳은 묵언과 이해와 소통이 넘치는 세상 그런 세상이 그립다. 2024. 2. 16. 이전 1 2 3 4 5 6 ··· 1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