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 이철경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출근 거리보다 서너 배 길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황톳길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듯
발목 아래로 흘러내리는 삶의 무게가
자꾸만 자꾸만 땅속으로 끌어당긴다
전철이 덜컹거릴 때마다
울대에 고여 있는 울음이 울컥거린다
모두가 하나씩 꿈을 슬며시 놓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우울한 허밍을 듣는다
어찌하여 산다는 건 이리 힘들고
어쩌다가 자꾸만 오그라드는 가.
때로는 음악에 리듬을 타려 하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노래가
심연의 나락으로 끌어당긴다.
갑자기 억누른 꿈들이 팡팡 터진다
아! 내 것이 아닌 열망이여
고독한 삶이여 방랑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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