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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퇴근길 - 이철경

by 최다원 2022. 6. 11.

퇴근길 - 이철경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출근 거리보다 서너 배 길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황톳길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듯

발목 아래로 흘러내리는 삶의 무게가

자꾸만 자꾸만 땅속으로 끌어당긴다

전철이 덜컹거릴 때마다

울대에 고여 있는 울음이 울컥거린다

모두가 하나씩 꿈을 슬며시 놓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우울한 허밍을 듣는다

어찌하여 산다는 건 이리 힘들고

어쩌다가 자꾸만 오그라드는 가.

때로는 음악에 리듬을 타려 하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노래가

 

심연의 나락으로 끌어당긴다.

갑자기 억누른 꿈들이 팡팡 터진다

아! 내 것이 아닌 열망이여

 

고독한 삶이여 방랑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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