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길 - 정희성

by 최다원 2022. 6. 13.

길 - 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사람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秋風에 부치는 노래" //노천명  (0) 2022.06.24
찬밥 - 문정희  (0) 2022.06.13
무심코 - 복효근  (0) 2022.06.13
동행 - 고영민  (0) 2022.06.11
퇴근길 - 이철경  (0) 2022.06.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