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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on 시 2

박종갑갤러리단상//최다원

by 최다원 2022. 7. 12.

박종갑갤러리단상//최다원

 

 

 

 

사십 여년 예술혼이 활활 타오르는 강화도 외포리에 위치한 종갑갤러리는

산기슭을 흐르던 맑은 물을 붓고 흙을 개어 발랐을가

박꽃처럼 소박하고 말끔한 향기가 덧 발라져 있었으며

바알간 백일홍이 입술을 열고 환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소나무는 지그시 눈썹을 붙이고 허리가 휘도록 머리 숙여 인사했다

 

 

딱따구리 뾰족한 부리가 다 닳도록 인생은 공이라며 허공에 새겨놓고

늙은 오이 허리를 부여잡고 허공으로 발걸음을 재촉할 때

고추잠자리 한마리가 파란 잔디 위를 맴돌다맴돌다 잠시 내렸다

 

 

봉황새 알들이 유토피아를 꿈꾸며 부화를 재촉하고

지나가던 구름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았다

솔바람 한 줄기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문틈 사이로 빼 꼼이 들여다 보고

드문드문 달린 몇 송이 포도가 성장 통을 열어두고 알알이 익어갈 때

덜 자란 프른감들이 몸을 던져 지구를 노크하고 있었다.

 

 

서고의 적채된 활자들은 아픈 허리를 부여잡은 채 통증을 호소하고

잘 마른 서각용 나무들도 나이테를 헤아리다 선반위에서 깊히 잠들었다

조각도가 예리한 날을 세워두고 때를 기다렸으며

벼루 속 먹물이 이십오도 알코올에 취해 벌건 취기가 오르는 이곳

 

 

소박한 이웃들이 입가에 조용히 미소 짖고

장대를 타고 오른 나팔꽃 쌍 나팔소리에

코스모스 가는 허리가 리듬으로 흔들렸다

가부좌를 틀고 좌정한 작품들이 매무새를 고치고 말간 얼굴로 맞이했다

 

 

깎고 갈고 쓰고 다듬은 열정들이 단정히 두손을 모우고

곱게 화장한 뽀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

그 동안의 예술혼이 부푼 혈관을 따라 순회하고

작품마다 안고 있는 메시지가 가슴으로 스며 꼭꼭 폐부를 찌르는 곳

맑고 순수하고 깨끗한 소울이 눈동자를 키우는 곳

부부의 꼭 잡은 두 손과 아낌과 교감하는 눈빛의 사랑마저 아트로 숨 쉬고 있었다.

 

 

잉태기간을 거쳐 산고의 고통속에 태어나 키를 키우고

저마다의 이름을 단채 안정을 찾은 저 많은 작품들아

부디 아름답고 싱그러운 텔레파시가 기포처럼 발효 되여

이곳을 방문하는 예술인들의 혼을 깨우고

열정을 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무한한 발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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