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갑갤러리단상//최다원
사십 여년 예술혼이 활활 타오르는 강화도 외포리에 위치한 종갑갤러리는
산기슭을 흐르던 맑은 물을 붓고 흙을 개어 발랐을가
박꽃처럼 소박하고 말끔한 향기가 덧 발라져 있었으며
바알간 백일홍이 입술을 열고 환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소나무는 지그시 눈썹을 붙이고 허리가 휘도록 머리 숙여 인사했다
딱따구리 뾰족한 부리가 다 닳도록 인생은 공이라며 허공에 새겨놓고
늙은 오이 허리를 부여잡고 허공으로 발걸음을 재촉할 때
고추잠자리 한마리가 파란 잔디 위를 맴돌다맴돌다 잠시 내렸다
봉황새 알들이 유토피아를 꿈꾸며 부화를 재촉하고
지나가던 구름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았다
솔바람 한 줄기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문틈 사이로 빼 꼼이 들여다 보고
드문드문 달린 몇 송이 포도가 성장 통을 열어두고 알알이 익어갈 때
덜 자란 프른감들이 몸을 던져 지구를 노크하고 있었다.
서고의 적채된 활자들은 아픈 허리를 부여잡은 채 통증을 호소하고
잘 마른 서각용 나무들도 나이테를 헤아리다 선반위에서 깊히 잠들었다
조각도가 예리한 날을 세워두고 때를 기다렸으며
벼루 속 먹물이 이십오도 알코올에 취해 벌건 취기가 오르는 이곳
소박한 이웃들이 입가에 조용히 미소 짖고
장대를 타고 오른 나팔꽃 쌍 나팔소리에
코스모스 가는 허리가 리듬으로 흔들렸다
가부좌를 틀고 좌정한 작품들이 매무새를 고치고 말간 얼굴로 맞이했다
깎고 갈고 쓰고 다듬은 열정들이 단정히 두손을 모우고
곱게 화장한 뽀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
그 동안의 예술혼이 부푼 혈관을 따라 순회하고
작품마다 안고 있는 메시지가 가슴으로 스며 꼭꼭 폐부를 찌르는 곳
맑고 순수하고 깨끗한 소울이 눈동자를 키우는 곳
부부의 꼭 잡은 두 손과 아낌과 교감하는 눈빛의 사랑마저 아트로 숨 쉬고 있었다.
잉태기간을 거쳐 산고의 고통속에 태어나 키를 키우고
저마다의 이름을 단채 안정을 찾은 저 많은 작품들아
부디 아름답고 싱그러운 텔레파시가 기포처럼 발효 되여
이곳을 방문하는 예술인들의 혼을 깨우고
열정을 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무한한 발전을 기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