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위에 사랑을 쓰다 - 이근대
사랑은 가고 나는 쓴다
빗방울이 거세게 내리는 밤중,
눈물 젖은 종이 위에 사랑을 쓴다
사랑을 쓰다가 툭 마음이 연필처럼 부러진다
연필을 깎듯이 마음을 뾰족하게 깎아 이별을 쓴다
이별을 쓰다가 볼펜 먹이 다 되었듯이 마음이 바닥난다
바닥난 마음 밑자리에 빗소리만 가득 고여 있다
창틀에는 빗물이 더덕더덕 엉겨붙어
자꾸만 편지를 어둡게 만들고
연필처럼 툭 부러진 마음은
지우개똥처럼 창밖에 흩어진다
마음을 꾹꾹 눌러 선명하게 쓴 이별,
나는 눈물 젖은 종이 위에 사랑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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