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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on의하루

열무는 포기다

by 최다원 2023. 3. 18.

열무씨를 나의 뜨락에 파종한지 3일

싹을 쫌 틔우려나 싶어 나가 보니

흙들이 온통 흗어저 있었다

누가 그랬을까?

고양이일까 두더지일까?

모두를 용의 선상에 올려 놓고 추리 해 가던 중

비들기 한 쌍이 전기줄에 앉아

나의 거동을 살핀다

나도 비들기에게 눈길이 머물고

입술 가득 흙이 몯어 있다

아 너구나

지난 가을에도 파종한 열무가

몇 개 안 나 왠일일까 했던 기억이

오버랩 되면서 모두가 풀려 왔다

어느새 눈치 챈 비둘기가 나의 뜨락을 뒤지고

움트려는 열무씨앗을 삼낀 것이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이제 어쩌나 절망마저 든다

 

열무씨앗을 심어

새싹 비빔밥을 가불하던 엊그제인데

괘도수정을 해야 하나 싶다

꽃을 사와 모종하고 열무는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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