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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밑줄 - 이병률

by 최다원 2024. 3. 31.

밑줄 - 이병률

 

 

 

역전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한 여자가 합석을 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눈 둘 곳 없어 신문을 가져다 들추었습니다

 

시킨 밥이 나란히 각자 앞에 놓이고

종업원은 동행인 줄 알았는지 반찬을 한 벌만 가져다 주었습니다

 

벌 한 마리 안으로 들어오려는 건지

도리가 없는 건지 창문 망에 자꾸 부딪혔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도 그릇에 불안을 비비는 소리를 냈을까요

새로 들여놓은 가구처럼 서름서름 마음을 설쳤을까요

 

배를 채우는 일은

뜻밖의 밑줄들을 지우는 일이겠습니다만

 

식사를 마칠 때까지

여자도 나도 반찬 그릇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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