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거두는 동안 - 오봉옥
아프다,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는 내 몸이
가랑잎 부서지듯 갈라진 소리를 낸다.
때가 되면 단풍나무는 그저
잎새나 떨어뜨리며 사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붉게 물든 제 살점을 뚝뚝 떼어내
발밑에 쌓아두는 것이 단풍잎임을 이제야 알겠다.
때가 되면 저녁 하늘은 응당
사그라지는 존재인 줄이나 알았는데
달아오른 하늘빛을 거두고
자꾸만 어둠 속으로 저를 밀어넣는 것이
노을임을 이제야 알겠다.
백번을 고쳐 물어도 그녀가 좋았는데,
백번을 떠올려도 또 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나를 거두어야 할 때,
다음 세상에서도
그녀가 사는 정원의 작은 바위로나 앉아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살아야 할 것 같은
설운 오늘.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어릴 적에 - 이상희 (0) | 2024.03.31 |
---|---|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 나호열 (0) | 2024.03.31 |
밑줄 - 이병률 (0) | 2024.03.31 |
한파 - 하영순 (0) | 2024.03.29 |
잊고 살았습니다 - (1) | 2024.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