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 나희덕
가야지 어서 가야지
나의 누추함이
그대의 누추함이 되기 전에
담벼락 아래 까맣게 영그는 분꽃씨앗
떨어져 구르기 전에
꽃받침이 시들기 전에
무엇을 더 보탤 것도 없이
어두워져가는 그림자 끌고
어디 흙속에나 숨어야지
참 길게 울었던 매미처럼
빈 마음으로 가야지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나도 다시 예뻐지겠지
몇 겁의 세월이 흘러
그대 지나갈 과수원 길에
털복숭아 한 개
그대 내 솜털에 눈부셔하겠지
손등이 자꾸만 따갑고 가려워져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0) | 2025.05.01 |
---|---|
비 내리는 밤 (0) | 2025.05.01 |
젖은 옷은 마르고 - 김용택 (0) | 2025.04.30 |
예술활동 (0) | 2025.04.30 |
국화 앞에서 - 김재진 (0) | 2025.04.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