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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국화 앞에서 - 김재진

by 최다원 2025. 4. 29.

국화 앞에서 - 김재진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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