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이 가깝구나 - 임혜주
어떤 사람은 목소리로 하늘에 닿고
풍경은 스스로 무한에 닿는다
나는 타고난 재주가 없어서
점지된 미래가 어둡고
육천 보, 육천 보,
매일 걷는다 꿈꾸는 모든 건
날개의 퇴화 작용인가
중력을 끊고 두루미 날아오른다
검은 다리가 흘리고 가는 물방울
두루미는 환상이 없다
칠천 보, 팔천 보, 만 보,
저녁달이 뜬다
달은 머리 위에 떠 있다
공중으로 흩어지는 마른 갈대 냄새와
수로 변 가을 풀들
아무도 오가지 않는
오직 물오리들만이 수면에 고개를 처박고
하루를 참회하는 시간
문득 나는 저 달과 참 가깝구나
아무것도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달이 부풀어 오르고 나도 부풀어 올라
저 달과 참 가깝구나
달빛이 옷에 닿는 듯
내 눈빛 달 언저리에
가 닿는 듯
「어둠은 어떻게 새벽이 되는가」 2023년.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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