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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저 달이 가깝구나​ - 임혜주​

by 최다원 2025. 9. 2.

저 달이 가깝구나​ - 임혜주​

 

 

어떤 사람은 목소리로 하늘에 닿고

풍경은 스스로 무한에 닿는다

나는 타고난 재주가 없어서

점지된 미래가 어둡고

육천 보, 육천 보,

매일 걷는다 꿈꾸는 모든 건

날개의 퇴화 작용인가​

 

중력을 끊고 두루미 날아오른다

검은 다리가 흘리고 가는 물방울

두루미는 환상이 없다

칠천 보, 팔천 보, 만 보,

저녁달이 뜬다​

 

달은 머리 위에 떠 있다

공중으로 흩어지는 마른 갈대 냄새와

수로 변 가을 풀들

아무도 오가지 않는

오직 물오리들만이 수면에 고개를 처박고

하루를 참회하는 시간​

 

문득 나는 저 달과 참 가깝구나

아무것도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달이 부풀어 오르고 나도 부풀어 올라

저 달과 참 가깝구나

달빛이 옷에 닿는 듯

내 눈빛 달 언저리에

가 닿는 듯

 

 

 

「어둠은 어떻게 새벽이 되는가」 2023년.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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