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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사랑하고 싶은 날 - 오탁번

by 최다원 2025. 9. 11.

사랑하고 싶은 날 - 오탁번  

 

 

 

앵두나무 꽃그늘에서

벌떼들이 닝닝 날면

앵두가 다람다람 열리고

앞산의 다래나무가

호랑나비 날갯짓에 꽃술을 털면

아기 다래가 앙글앙글 웃는다

 

태초 후

45억 년쯤 지난 어느 날

다랑논에서 올벼가 익어갈 때

청개구리의 젖은 눈알과

알밴 메뚜기의 볼때기에

저녁노을 간지럽다

 

된장독에 쉬 슬어놓고

앞다리 싹싹 비벼대는 파리도

거미줄 쳐놓고

한나절 그냥 기다리는

굴뚝빛 왕거미도

다 사랑하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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