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고 싶은 마음 - 이병률
둘이 중식당에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어 방으로 안내받았다
창밖으로는 기차가 떠나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원탁에 앉아 둥글게 돌릴 일 없는 안쪽 테이블을 바라보며
서로 닮은 것이 없다는 면에서
우리 두 사람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찻주전자가 올려진
가운데 테이블을 한 방향으로 회전시키면서
그 위에 올려놓은 감정들이 속도를 냈으면 하고 생각했다
나도 기차를 타고 이제는 돌아갈까 생각한다
가만한 것과 회전하는 것 사이에
가지 않는 시간 같은 것이 단단히 끼어 있었다
회전 테이블을 행운판처럼 돌리느냐
이쯤에서 돌아가느냐의 문제겠지만
달랑 면 요리 하나씩을 시킨 두 사람은
더 이상 테이블을 돌릴 일이 없다
피하는 것으로, 얻을 거라곤 없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더 먼 곳으로 가기 위해 당신에게 들렀을지는 몰라도
나는 기차를 타야만 한다
늦더라도 그 먼 곳에 도착하겠다는 마지막 마음 같은 것
누구나 막차를 원한다
그것이 마지막 어둠이니까
막차를 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남게 될 것이고
조잡하게 자욱하게 남는 것은 또 다 무슨 소용일까 하는 마음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무겁고 투명한 - 나희덕 (0) | 2025.09.22 |
|---|---|
| 로또를 포기하다 - 복효근 (0) | 2025.09.22 |
| 아침을 기리는 노래 - 문태준 (0) | 2025.09.22 |
| 발자국마다 피는 물꽃 - 김남권 (0) | 2025.09.14 |
| 오래 만진 슬픔 - 이문재 (1) | 2025.09.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