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보따리를 싼다는 건 - 김연이
시댁 큰어머님 묻고 내려 온 뒷자리
친척들 간의 무성한 대화 한마당
늙어가면서, 여자들의 경우 보따리를 싸기 시작하고
남자들은 남대문을 열어놓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치매의 초기 증세로 의심해 봐야한단다
그래, 보따리를 싼다는 건
지금의 이 곳을 떠나고 싶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보따리를 싸서
여행을 떠나고
이사를 가고
가출도 해보는 것이다
현재의 삶을 바꾸고 싶다는 강한 열망일 게다
사려 깊고 자애롭던 큰어머니는 변하였다
갖은 욕을 해대고
큰 소리 소리 내지르고
막무가내 떼쟁이 어린아이,
칠십년만의 생의 일탈
그렇게 십일년 동안 완벽하게 다른 삶을 살다가
가셨다
싸곤 하던 보따리도 놔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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