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신다 - 이대흠
서울이나 광주에서는
비가 온다는 말의 뜻을
알 수가 없다
비가 온다는 말은
장흥이나 강진 그도 아니면
구강포쯤 가야 이해가 된다
내리는 비야 내리는 비지만 비가
걸어서 오거나 달려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어떨 때 비는 싸우러 오는 병사처럼
씩씩거리며 다가오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그 병사의 아내가
지아비를 전쟁터에 보내고 돌아서서
골목길에 걸어오는
그 터벅거림으로 온다
그리고 또 어떨 때는
새색시 기다리는 신랑처럼
풀 나무 입술이 보타 있을 때
산모퉁이에 얼비치는 진달래 치마로
멀미 나는 꽃내를
몰고 오시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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