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의 누이 - 이수익
한 고단한 삶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혼곤한 잠의 여울을 건너고 있다.
밤도 무척 깊은 귀가길,
전철은 어둠 속을 흔들리고...
건조한 머리칼, 해쓱하게 야윈
핏기 없는 얼굴이
어쩌면 중년의 내 이종사촌 누이만 같은데
여인은 오늘 밤 우리의 동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어깨에 슬픈 제 체중을 맡긴 채
송두리째 넋을 잃고 잠들어 있다.
어쩌면 이런 시간쯤의 동행이란
천 년만큼 아득한 별빛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나는 잠시 내 어깨를 빌려주며
이 낯선 여자의 오빠가 되어 있기로 한다.
전철은 몇 번이고 다음 역을 예고하며
심야의 지하공간을 달리는데...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굽 - (0) | 2022.05.23 |
---|---|
처음 안 일 - 박두순 (0) | 2022.05.23 |
그 창 - 양애경 (0) | 2022.05.21 |
선물 - 나태주 (0) | 2022.05.20 |
비가 오신다 - 이대흠 (0) | 2022.05.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