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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그럴 때가 있다 - 이정록

by 최다원 2024. 1. 19.

그럴 때가 있다 - 이정록

 

 

 

매끄러운 길인데

핸들이 덜컹할 때가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눈물로 제 발등을 찍을 때다.

탁자에 놓인 소주잔이

저 혼자 떨릴 때가 있다.

총소리 잦아든 어딘가에서

오래도록 노을을 바라보던 젖은 눈망울이

어린 입술을 깨물며 가슴을 칠 때다.

그럴 때가 있다.

한숨주머니를 터트려버리려고

가슴을 치다가, 가만 돌주먹을 내려놓는다.

어딘가에서 사나흘 만에 젖을 빨고

막 잠이 든 아기가 깨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촛불이 깜박,

까만 심지를 보여줬다가

다시 살아날 때가 있다.

순간, 아득히 깜깜한 먼 곳에

불씨를 건네주고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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