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던 회원들이
모두 돌아간 화실
어디선가 거미 한마리가
화실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잠시 멈추다 간다
얼른 거미를 집어
화단에 놓아주려 하니
두려움에 거미는 죽은 채 하며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거미야
걱정말거라
햇볕도 있고
이슬도 있고 소슬바람도 있는 화단에
너를 두어
더욱 아름다운 삶을 누리게 하련다
조금 후 다시보니
거미는 긴장을 풀고 어디론가 이미 사라졌다
안전한 곳에 이르러
아마도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
텅빈 화단에 시선을 고정한 안도의 눈길을 거두며
어디서든 잘 살아가거라
기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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