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 오인환
앉아만 있어도
심장이 가쁘게 뛰는
나는 신경성 심장질환이래.
날이 밝아와도
잠이 안 오는
나는 신경성 불면증이래.
의사는 몰라.
우리 집 옥상에 올라
담배 한 가치 피워 물고 바라보는
겨울밤 하늘 위에
창백하게 얼어붙은 별이 보여.
한 병의 소주 반병쯤 마시고
덥혀진 몸으로
나머지 소주 반병 들고
그 별에 가면
이미 와있을 그대의 작은 몸
덥혀줄 수 있어.
의사는 몰라.
하루 세 번의 약도
사흘 한 번의 주사도
내 병의 처방은 아니야.
겨울밤 내내
마시다 남은 반병의 소주병 들고
서성이고 있을 나를
그 별에 보내줘.
아득한 나라
그러나 작고 아름다운 그리움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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