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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마주보는 찻잔 - 백승우

by 최다원 2024. 8. 26.

마주보는 찻잔 - 백승우



우리 서로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각자의 빛깔과 향기는 인정하면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아줄 수 있는
꾸밈없는 순수로 서로를 보는
블랙의 낭만도 좋겠지만
우리 딱 두 스푼 정도로 하자
첫 스푼엔 한 사람의 의미를 담아서
두 번째엔 한 사람의 사랑을 담아서

우리 둘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은 슬픔이
모두 녹아져 없어질 때까지
서로에게 숨겨진 외로움을 젓는
소중한 몸짓이고 싶다.
쉽게 잃고 마는 세월 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겠지만

그 때는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
모자람 없는 기쁨일 테니
우리 곁에 놓인 장미꽃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우리를 부러워할 수 있도록
언제까지나 서로를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각자의 빛깔과 향기는 인정하면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아줄 수 있는,
서로에게 숨겨진 외로움을 젓는,
언제까지나 서로를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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