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그대를 만나러 간다 - 김남권
비 오는 날 그대를 만나러 간다
우산 속 절반은 비워 놓고
가슴의 절반도 비워 놓고
행여 그대의 사랑이 젖지 않도록
가로수 촘촘한 숲길을 홀로 걸어간다
길 위에서
작고 어여쁜 청개구리를 만나
눈빛을 맞추고
파란 은행잎 하나 따서
우산으로 빌려주며
바람이 부는 방향을 일러 주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바쁘지만
오는 길에 청개구리를 만나
우산 하나 빌려주고 오느라
조금 늦었다고
우산 속 절반을 채우며
좁은 어깨를 감싸줄 것이다
비가 오면 그대를 만나러 간다
우산 속 절반은 비워 놓고
가슴 속 절반도 비워 놓고
행여 내 사랑이 젖지 않도록
그리움 촘촘한 숲길을 홀로 걸어간다.
『저 홀로 뜨거워지는 모든 것들에게』 2015. 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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