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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비 오는 날 그대를 만나러 간다 - 김남권

by 최다원 2025. 9. 4.

비 오는 날 그대를 만나러 간다 - 김남권

 

 

비 오는 날 그대를 만나러 간다

우산 속 절반은 비워 놓고

가슴의 절반도 비워 놓고

행여 그대의 사랑이 젖지 않도록

가로수 촘촘한 숲길을 홀로 걸어간다

 

길 위에서 

작고 어여쁜 청개구리를 만나

눈빛을 맞추고

파란 은행잎 하나 따서

우산으로 빌려주며

바람이 부는 방향을 일러 주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바쁘지만

오는 길에 청개구리를 만나

우산 하나 빌려주고 오느라 

조금 늦었다고

우산 속 절반을 채우며

좁은 어깨를 감싸줄 것이다

 

비가 오면 그대를 만나러 간다

우산 속 절반은 비워 놓고

가슴 속 절반도 비워 놓고

행여 내 사랑이 젖지 않도록

그리움 촘촘한 숲길을 홀로 걸어간다.

 

 

 

『저 홀로 뜨거워지는 모든 것들에게』 2015. 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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