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길었다 - 천양희
새들이 전깃줄에 앉아 있는데
나는 그것이 악보인 줄 알았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아버지는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어린 것들의 앞날을 염려하였다
바람이 몇 번이나 풀들 사이를
지나가는지 세어보았다
오동꽃이 할 말이 있는 것처럼 피었는데
나는 그것이 보루(堡壘)인 줄 알았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어머니는
지는 꽃의 마음으로
어린 것들의 앞날을 염려하셨다
꽃 핀 쪽으로 가서 살거라
세상에 무거운 새들이란 없단다
우는 꽃이란 없단다
아무 말도 없던 것처럼 오후가 길었다
행복보다 극복을 생각하면서
서쪽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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