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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오후가 길었다 - 천양희

by 최다원 2025. 9. 22.

오후가 길었다 - 천양희

 

 

새들이 전깃줄에 앉아 있는데

나는 그것이 악보인 줄 알았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아버지는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어린 것들의 앞날을 염려하였다

 

바람이 몇 번이나 풀들 사이를

지나가는지 세어보았다

 

오동꽃이 할 말이 있는 것처럼 피었는데

나는 그것이 보루(堡壘)인 줄 알았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어머니는

지는 꽃의 마음으로

어린 것들의 앞날을 염려하셨다

 

꽃 핀 쪽으로 가서 살거라

세상에 무거운 새들이란 없단다

우는 꽃이란 없단다

 

아무 말도 없던 것처럼 오후가 길었다

 

행복보다 극복을 생각하면서

서쪽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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