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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산 - 김용택

by 최다원 2025. 11. 26.

산 -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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