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힘 - 홍수희
우리 어머니
잠시 외출을 하시면
푸성귀니 홍합이니 도라지니
당장은 필요치 않은 것들을
굽은 허리에, 까만 봉지
바리바리 들고 오시네
푸성귀는 노점상 할머니가
너무 야위어 보여서
홍합은 까는 손이
발갛게 시려 보여서
도라지는 행상 아주머니의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천 원 이천 원
푼돈으로
꼬깃꼬깃 어머니의 염려도
거기 놓고 오시네
오셔서는 안쓰러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어머니의 여린 한숨으로
엄동의 한 끝에
봄 녹는 소리
간질간질
들리는 듯도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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